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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어느 대학원생의 청소

  • 저* *
  • 조회 : 341
  • 등록일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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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는 싸움에 그는 싸움을 걸었다지난 521일 오후 320분께 충북 제천시 신월동 세명대학교 문화관 청소현장에서 4402(84m², 사무실)를 청소하던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저널리즘학과 소속 김여진 기자가 더위와 먼지 속에서 퇴로를 찾지 못한 채 쓰러졌다. 쓰러진 김여진 기자는 선착대로 현장에 도착해 곧바로 4층으로 투입되었다. 김기자는 402호 바닥에 굴러다니던 먼지와 쓰레기를 진공청소기로 쓸어냈다. 김기자는 이어 402호의 소파 밑을 청소하기 위해 소파를 밀어냈다. 이때 소파 밑은 연쇄인화 직전의 먼지로 가득 차 있었고, 천장에선 에어컨이 먼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25세의 룸메이트 김정현씨와, 입학 동기 5명을 남기고 쓰러졌다.

 

지난 513일은 그의 마지막 회식(제정임 교수 주최)이었다. 김기자가 쓰러진 521, 그의 룸메이트는 그가 나온 회식 사진을 보고 있었다. 구레나룻을 짧게 깎은 까까머리 청년은 룸메이트에 관해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룸메이트는 청년부에서 고생하던 김기자의 고달픔과 그가 혼자서 감당할 수 밖에 없었던 발제문 작성의 중압감을 되뇌이면서 울었다. 그 청년은 , 그 답답한 곳에서...”라며 울었다. 아무도 그 청년의 울음에 개입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 청년을 달랠 수 없었다.

 

이날 청소는 57일 편집회의를 마치는 도중 생활문화위원장 박현석(28)이 예고한 것이었다. ‘대청소라는 말에 세저리는 발칵 뒤집혔다. 청소 당일, 박현석 위원장은 청소용품(진공청소기, 빗자루, 쓰레받기, 걸레)과 각 사무실 대표 다섯여 명을 인솔하고 오후 250분경 단비서재 앞에 도착했다. 이 병력이 이날 청소 전투의 선착대였다. 선착대가 도착했을 때, 4층은 이날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에어컨이 먼지를 내뿜고 있었다. 에어컨 내부는 언제 마지막으로 청소했는지 알 수 없었다. 2PD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세저리 기자들은 빨리 끝내자고 아우성을 쳤다. “재촉하지마라. 창틀과 에어컨 필터도 닦아라. 위생 상태가 우수한 사무실엔 포상이 있다박현석 위원장은 마감과 발제에 쫓기는 기자들을 어르고 달랬다. 그러나 청소를 열심히 할지 말지는 위원장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 사무실을 이용하는 기자들이 판단할 일이었다. 선착대는 가위바위보로 선점한 청소용품을 갖고 기자들에게 분배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군말 없이 일사불란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천경난 기자, 장태린 기자, 김정현 기자, 황두길 기자, 그리고 쓰러진 김여진 기자가 402호 청소를 시작했다. 진공청소기 주둥이를 바닥에 밀착시키고 사무실을 종횡무진했다. 걸레로 책상과 서랍, 창틀 등을 구석구석 닦았다. 그때 김여진 기자가 소파 밑도 청소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황두길 기자와 김정현 기자가 소파를 밀어내자, 느닷없는 더위로 열이 가득한 사무실에 몇 달간 쌓여있던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크아악김여진 기자는 단말마를 외치며 그 자리에서 질식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제안을 실천할 수 없었다.


 

황두길, 김정현 기자가 소파를 밀고있다. 청소를 준비하는 김여진 기자 뒤로 장태린 기자가 먼지에 괴로워 하고 있다.


대청소는 오후 350분에 종료됐다. 5분 뒤에 청소 결과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위원은 정은령 교수, 박정용 교수였다. 각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위생 상태를 점검했는데, 특히 냉장고를 눈여겨봤다. ‘!’ 401호의 불결한 냉장고를 봤을 때 둘은 탄식하기도 했다.

 

시상식은 430분에 심사가 종료되자마자 진행됐다. 시상에 앞서, “시상식 4년째인데, 별 의미 없다라고 박교수는 말했다. 5위는 간부 사무실이었다. 4위는 17.5기와 17기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3위는 16.5, 2위는 18기였다. 1위는 PD 사무실이었다. 5위부터 호명할 때마다 각 사무실 대표가 나와 상품(간식세트)을 수령했다. 18기 대표는 김여진 기자였다. 간식 상자를 받는 순간 그는 청소라는 멍에를 벗었다. 기념사진에 찍힌 그의 표정은 씁쓸해 보였다.

 

기침과 재채기를 반복하는 그를 뒤로하고 퇴근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뉴스는 온통 대선후보 유세에 관한 것 뿐이었다.





이번 세저리 이야기는 김훈 작가가 국민일보에 재직할 당시 쓴 칼럼 <한 소방관의 죽음>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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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2
naver -   2025-05-22 21:33:09
그의 청소기질엔 감동이 있다..!!
naver hdg****   2025-05-23 10:56:31
ㅋㅋㅋㅋㅋ 흡입력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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